일반적으로 특수가스는 산소(O2), 질소(N2), 아르곤(Ar), 수소(H2), 탄산(CO2) 등 공기분리장치를 통해 제조되거나 특정산업의 부가물로서 생성되는 산업용가스와 달리 특수한 목적에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는 고순도 가스 및 정밀혼합가스를 의미한다.
특히 특수가스 중에서도 지구상에 극소량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양산 자체가 어렵고 인공제조도 불가능한 희소성 높은 산업용가스를 우리는 희귀가스(Rare Gas)라고 부른다.
크립톤(Kr)과 크세논(Xe), 헬륨(He), 네온(Ne), 라돈(Rn222) 등이 바로 이 희귀가스의 일종이다.
이러한 희귀가스의 용도는 그동안 전구, 의료, 우주항공 등 특정분야에만 쓰이는 제한적 용도로 인해 관련시장이 크게 형성되지 못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구조와 함께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하지 못하는 비활성 성질이 희귀가스의 활용성을 높여주는 장점으로 작용해 최근에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제한적 물량과 급격한 수요증가로 인해 최근 들어 희귀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했으며 이에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이미 첨단산업의 첨병 노릇을 하는 이 희귀가스의 물량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말 그대로 희귀가스는 단기간 내에 산업용가스 중 가장 대접을 받는 귀족가스(Noble Gas)의 위치로 올라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시간이 갈수록 그 용도와 수요가 늘어나는 희귀가스 중 대표격인 네온, 크립톤, 크세논을 중심으로 국내외 수요 및 공급현황 등 시장동향을 살펴봄으로써 희귀가스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희귀가스의 생산적 측면
네온, 크립톤, 크세논은 모두 공기분리장치(ASU)를 통해 공기중에 함유된 성분을 추출해냄으로서 생산된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플랜트에서 희귀가스의 생산은 불가능하며 별도의 분리·정제 컬럼을 추가적으로 부착해야만 하고 아울러 최소 50,000N㎥/hr 급 이상 돼는 ASU플랜트의 규모의 한계로 인해 현재 국내에서는 크세논, 크립톤, 네온을 100%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공기중 희귀가스의 함유량이 크세논 0.0000087%, 크립톤 0.0001%, 네온 0.0018% 등에 불과해 대형 ASU플랜트가 아닐 경우 생산량이 의미 없는 수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먼저 크립톤과 크세논은 ASU산소플랜트에 특별히 설계된 ‘Kr·Xe 컬럼’을 장착함으로서 얻어진다. ‘Kr·Xe 컬럼’은 산소생산과정 중 부가물로 발생한 혼합가스에서 탄화수소 불
순물과 산소를 분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를 통해 크립톤 90%, 크세논 7%로 구성된 1차 원료가스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원료가스는 즉시 실린더에 충전되어 전세계에 약 10개소 정도에 불과한 크세논-크립톤 정제플랜트로 보내지게 되며 이곳에서 2차 분리·정제공정을 거치면 최대 5N(99.999%) 순도의 완제품이 생산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의 크세논, 크립톤 가격을 감안할 때 ASU플랜트 생산능력이 하루 1천5백톤 이상이어야만 경제성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온의 경우 ASU플랜트에 장착된 ‘Ne 컬럼’에 의해 원료가스가 만들어진다는 점은 크세논, 크립톤과 동일하지만 추출방식이 비등점(沸騰點)을 활용한다는 부분에 차이가 있다.
네온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스 중 헬륨(He)과 수소(H2) 다음으로 낮은 비등점을 지닌 물질이며 지구보다 우주에 더 많이 존재한다. 네온은 낮은 압력에서 전류를 통하면 밝은 주홍색 빚을 낸다.
네온 또한 액화공기를 분별 증류하여 얻는데 액화공기 가운데 가장 휘발성이 큰 부분이 바로 헬륨·네온·질소의 혼합기체이다. 혼합기체는 튜브트레일러에 충전되어 전세계의 5개 네온정제플랜트 중 한 곳으로 보내진다. 이 혼합기체의 압력을 높이고 온도를 내려 응축시킨 후 차게 식힌 숯에 흡착시키면 질소가 제거되고 나머지 기체를 낮은 온도에서 활성탄에 선택적으로 흡착시키면 헬륨이 분리되어 네온만 남는다.
즉 1,000ℓ의 액화공기를 이와 같이 처리하면 0.11ℓ 정도의 네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크립톤과 크세논은 대부분 희귀가스와 기타가스와의 혼합가스로서 제조·유통되며 혼합가스는 산소(O2)플랜트에서 부가물로서 생산된다.
■ 희귀가스 수요시장 현황
현재 전세계 희귀가스의 연간생산량은 크세논이 1천3백만ℓ, 크립톤이 9천만ℓ, 네온이 4억3천만ℓ에 달하며 에어리퀴드(AL), 프렉스에어(PA), 린데 등 가스메이저 3사와 러시아의 아이스블릭 등 총 4개사가 세계수요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매년 큰 폭의 수요량 증가를 보이고 있는 희귀가스의 수요처는 아직까지 전구와 같은 조명분야의 비중이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희귀가스를 생산하는 업체 대부분이 전구 생산업체들의 기술개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크립톤과 크세논 수요량의 50%, 네온 수요의 약 20% 정도가 조명산업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들어 에너지 절감을 위한 최신 기술의 고효율·고휘도 램프와 LED(발광다이오드) 및 소형 형광램프의 개발로 인해 크립톤, 네온, 크세논의 수요량이 늘면서 희귀가스의 수요량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두가지 요인만으로도 향후 5년간 전세계 크립톤 수요가 20~25%가량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크립톤 만큼은 아니지만 크세논과 네온 또한 각각 제논헤드라이트, 네온싸인 시장을 중심으로 조명산업에서의 수요성장률이 연평균 5%대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크립톤의 경우 전구산업을 제외하고 현재 생산되고 있는 30~40%가 빌딩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복층유리 봉입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탁월한 단열능력이 확인되면서 그 수요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높은 수준의 단열성능의 요구와 함께 최근 몇 년간 수요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건설기술의 발달로 인한 고급 아파트나 건물들의 등장으로 이중창 및 단열창(insulated windows)에 대한 수요 증대로 인해 크립톤, 크세논 등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램프 등의 조명산업을 필두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크세논과 네온의 혼합가스)을 비롯해 반도체 산업, 의료산업, 우주산업 등 다방면에 사용되는 크세논 역시 관련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그 수요량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크세논은 할로겐과 혼합된 엑시머 레이저 시술 발달과 최근 크세논과 산소의 혼합가스를 사용하는 크세논 마취가 유럽에서 허가되면서 의료산업에서 꾸준한 수요량을 보이고 있고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열처리는 물론 도핑(dopping)공정에 사용되던 반도체 시장에서도 최근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인 수요량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통신위성 산업의 확대와 더불어 크세논이온엔진, 크세논 플라즈마 자세제어분사기(Thruster) 등 첨단장비를 필요로 하는 우주항공 분야는 향후 크세논의 최대 수요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네온과 크세논의 수요증대를 최전방에서 이끌 것이라 예상됐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가 최근 LCD TV에 완전히 자리를 내주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뜻밖의 수요량 감소가 진행됐다. 다행이 최근 들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최첨단 LED TV를 상용화 하면서 PDP의 공백을 메움과 동시에 이를 뛰어넘는 수요량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이 현재 희귀가스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희귀가스 공급업체인 에어리퀴드, 프렉스에어, 린데 등 산업용가스 업체 3社는 현재 꾸준히 증산을 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안에 8백만~1천만ℓ의 희귀가스 추가 공급이 진행될 예정이며 우크라이나와 중동 플랜트에서도 약 2백만ℓ의 희귀가스가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지난 2007년 폭발·화재사고가 있었던 남아프리카 사솔(크세논 세계 공급량의 28%, 크립톤 10%),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 등 희귀가스를 공급하는 대형 플랜트들도 조만간 증산을 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희귀가스의 가격 및 시장구조
일반적으로 희귀가스 시장은 업계전문가들 조차도 관련시장을 정확하게 분석·예측하기 어려운 구조를 띈다. 이는 메이저 산업용가스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던 70~80년대와 달리 지금은 희귀가스의 생산이 매우 단편적,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전세계 시장을 포괄하는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를 확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