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의 국민성에 대해 끓기도 빨리 끓고 식기도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를 빗대어 근성을 이야기하곤 한다.
사회적이든 국가적이든 간에 어떤 문제에 대해 불만이나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상황자체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탓인 것 같다.
물론 아무런 표현없이 침묵하거나 우회적으로 은근히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를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냥 묻혀버리고 말겠지만 서서히 달궈진 이슈가 냄비근성과 맞물린다면 사회적 파장은 더 커지는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동안 쌓여있는 감정이 끓어오르면서 최고 정점에 다다랐을 때는 불에 기름을 붓는 양상으로 이어져 오랜 시간 지속되면 뚝배기근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냄비와 뚝배기근성의 합체는 효과의 극대화에 최적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쉽게 뜨거워지고 식어버리는 電光石火같은 냄비근성과 은근하게 데워지고 서서히 식는 뚝배기근성을 동시에 가지고 적절히 배합해 주는 요령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다시 말해 라면을 끓이려면 냄비가 유용하고 구수한 청국장을 끓이려면 뚝배기가 제 맛을 내기에 적절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품고 있는 근성을 적절히 사용하는 지혜로움으로 울고 떼쓰고 화를 내고 타협하면서 해결점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말이 있다. 울어야만 달래주고 젖을 주는 것이지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는 아이는 현실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내버려 두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때 되면 알아서 젖 주고 놀아주기를 바랄 수 있지만 적극적인 교감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울고 보채야 문제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울어야할 때 울거나 보채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아마도 당장 사는 것이 눈물겹고 버거워서 떼쓰고 우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것 같다.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고 공익을 수호하는 차원에서는 이렇듯 제멋대로 쉽게 생각하고 귀찮아하거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는 것도 옳지 않은 방법이다.
따라서 하나의 이슈에 대해 군중심리로 접근해 자신이 가진 옳은 생각과 판단을 파묻지 않는 뚝배기근성이 필요하고 스포츠경기나 콘서트 같은 행사에서는 냄비근성을 가지고 호응해야 분위기를 뜨겁게 북돋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가스업계는 이들이 생각하는 대정부 요구와 시장상황의 합리적인 개선 등을 위해 조합과 협회 등을 만들어 뭔지 모를 공동의 이익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이미 끓이다 불이 꺼진 냄비의 경우도 있지만 냄비인지 뚝배기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그릇에 온갖 식재료를 넣고 이제 막 불을 지핀 단체도 있다.
결국 자신들이 먹을 음식을 냄비에 끓일지 뚝배기에 끓일지는 스스로 선택해야할 노릇이며 성찬이 될지 소찬이 될지는 시간이 얼마간 지나서야 판단할 몫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