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떻든 간에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에 대해 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렇듯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판단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기 스스로 좋을 대로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사람에 대해선 생각이나 주관이 없다고 빈정거리거나 심한 고집을 피우는 사람에 대해서는 오히려 주관이 뚜렷하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대방의 평가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처럼 타인의 생각을 읽어낸다는 것은 웬만한 독심술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본인이 내뱉은 말과 행동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다만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나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서 말과 행동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눈치를 보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며 때로는 기회주의로 내비춰질 수 있다. 결국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현 사회의 구조적인 현실에서 일종의 삶의 보편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되는 셈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때로는 그 기준자체가 독선이 되거나 심각한 오류를 범하기도 하지만 다독(多讀)하거나 많은 사람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그 기준에 대한 변화를 가질 수 있다.
내 입으로 말하면서 객관성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될 수가 없다. 이미 뱉어진 말속에는 나의 생각과 판단이 들어간 주관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다수의 의견 청취와 추가적인 경험에 의해 잘잘못을 비교하며 양보와 타협을 통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것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추구하는 민주적인 결정방법이다.
가령 가스업계에서 잉여가스든 신규진입이든 간에 저가공급으로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업체가 속내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익보다는 고객을 우선해야한다는 아집을 피우며 신념이라고 믿는 경우 관련업계는 공공의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고 동종업계 전체가 이를 두고 역공을 한다기보다는 눈치를 보며 줄서기 또는 대화와 타협에 우선순위를 두고 슬금슬금 접근해 보지만 자칫 자신에 돌아올 피해를 우려하며 눈치작전에 급급한 양상이다.
결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가해자든 피해자든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면 강자에겐 고개를 조아리고 약자에겐 주먹을 내 보이는 약육강식의 현실 속에서 눈치를 보는 삶에 찌든 범인(凡人)들이 되고 만다.
직장상사 또는 거래처의 눈치, 마누라(가족) 눈치, 동료들 사이에서 왕따를 피하기 위한 눈치 등을 보며 억눌린 범인의 삶이지만 때로는 고집이라도 부려서 스스로를 가둔 세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 그냥 잠시라도 무상무념의 세계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