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밥 한번 같이 먹지? 우리 주변에서 헤어질 때나 초면인 사람에게 흔히 인사치레로 쉽게 던지는 말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이제나 저제나 연락을 기다린다는 것은 분명 허튼 짓임에는 틀림없다. 명확한 장소와 시간, 날짜를 명시했다면 모를까 모호한 상황에서 던진 말 한마디를 가지고 약속이라는 단어를 대비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이처럼 상대방에게 기약없는 약속을 빈말로 쉽게 던지곤 한다. 이에 반해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오매불망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상호간의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빈말이라도 믿고 싶은 때는 빈말을 던진 이에게 무엇인가 아쉬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을 던진 시점에서 다시 되짚어보면 “언제?” 라는 되물음이 필요하다. 이 때 “아무 때나!” 라는 답변은 형식적인 인사치레임이 분명하고 재차 약속을 잡는 다는 것은 인사치레에 대한 무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 인 빈말을 자신도 모르게 무수하게 쏟아 붓고 있다.
이같은 빈말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사치레로 인식될 수 있지만 마음에 담아두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약속을 했지만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상대방은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는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약속을 어겼다는 배신감이나 울분을 쌓아가기만 한다.
특히 감정이 격해져서 던진 말은 기분을 주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전투적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사업적 관계에서 쉽게 발생될 수 있는 빈말은 경쟁사의 거래처를 빼앗고 나서 항의와 질타를 받았을 때 정확한 표현없이 막연히 돌려주겠다는 답변이다. 그것도 다른 직원이나 거래처와의 관계 등 갖은 핑계거리를 대며 시간을 끌기 일쑤지만….
이와 관련한 비슷한 유형으로 아쉬울 때 빌려간 돈이나 물건을 돌려달라고 할 때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틀린 것처럼 “줄게, 주면 되잖아!”식의 감정적 표현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는 옛 속담처럼.
예로부터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흔히 쓰는 빈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대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말은 심사숙고하거나 삼가는 것이 좋을 성 싶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인간관계가 최우선이다. 이는 사업을 하거나 또 다른 무엇을 하던간에 그것을 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로 인해 주변 사람을 잃는 불행을 스스로 찾지 않기를 권고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