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주문하고 나선 지난달 이후 대기업들의 상생협력 방안이 쏟아져 나오긴 했지만 피부로 느껴야할 협력업체는 환영한다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여전히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중소제조업체들의 살길은 막막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실적은 사상 최고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업체의 불신이 앞선 이들 대기업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까지 곱지만은 않았던 탓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의 상생협력 주문에 따라 대기업들은 대체로 2ㆍ3차 협력사에 대한 배려와 이익배분 강화 및 성장 지원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16일 공개한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내놓은 삼성전자의 경우 1조원에 달하는 ‘협력사 지원펀드’를 조성해 모든 협력사에 대해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조처하고 물품대금의 현금결제 및 주요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제공하는 ‘사급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LG그룹도 연간 7천4백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내놓고 은행과 연계하지 않고 3차 협력사에 까지 직접 대출해 주는 방안과 함께 2·3차 협력사들이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LG 상생협력펀드’를 연간 2천5백억원 규모로 신설할 예정이다.
또한 LG는 태양전지와 LED, 전기차 배터리 등 녹색 신사업 분야에서 중소기업에 연구개발 용역을 발주하면서 2011년부터 5년간 1천억원을 연구개발에 활용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주요 원자재인 철판을 일괄적으로 사들여 협력사에 구매가격으로 공급하는 ‘사급제’의 대상을 기존 1차 협력사에서 2ㆍ3차 협력사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혀 2·3차 협력사들이 현대기아차의 철판 공급가를 기준으로 납품가격을 인정받으면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상생협력 실천사무국’을 확대·강화해 그동안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 경우 그 성과를 나눠 갖는 ‘베네핏 셰어링(Benefit Sharingㆍ수익공유)’ 제도를 전체 협력업체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협력사의 대부분은 긍정적인 방안이라며 환영하는 뜻을 비치고 있으나 정부의 등에 떠밀려 눈 가리고 야옹하는 식으로 실천이 아닌 단순 구호라는 부정적 반응과 함께 1차를 비롯한 2, 3차 협력사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상황도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산업용가스는 적정가격 구매방식 도입해야
산업용가스의 경우도 대기업과의 거래비중이 전체 시장대비 약 50%이상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LED, 태양전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대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모든 제조업의 필수소재인 만큼 공급되는 그 종류만 해도 수십여종에 이르지만 대기업의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미치지 않는다.
결국 산업용가스업체가 이들 대기업들과 협력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긴 하지만 최근 내놓은 상생방안의 하나인 원자재 구매공급인 사급제나 펀드를 통한 저리 대출의 방법보다는 구매가격의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