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지식경제부가 입법예고한 에너지복지법과 관련해 야당과 시민단체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에너지복지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공청회를 열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법안 취지는 좋지만 전반적으로 에너지복지법 내용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다수로 나타났다.
우선 이날 경북대학교 진상현 교수는 “이번 법안은 녹색성장 정책을 보완하고 에너지 복지정책의 제도적 기반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제도의 목적, 개념, 정책방향, 수혜대상 등에서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며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번 법안을 살펴 보면 에너지쿠폰제 도입이 핵심인 것으로 보이지만 에너지 쿠폰제는 실익이 없으며 통합복지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연구위원 역시 “이 법이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칠 우려가 있어 명칭 자체를 에너지복지기본법으로 바꿔 위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각 부처가 통합된 관리 시스템을 갖지 않고 부처별로 새 조직이나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때 낭비적인 요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타 부처와 긴밀하게 협조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우선순위 고려하지 않은 ‘조삼모사’ 법안
아울러 정부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은 하지 않고 ‘복지’ 치장에만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에너지시민연대 이학영 공동대표는 “법안이 에너지 이용권에 집중하다보니 기존 화석연료 사용에 국한돼 현 정부의 녹색성장, 탄소 줄이기 운동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부소장은 ‘기존에 있던 복지정책에서 뭔가 더 주는 것처럼 포장하는 조삼모사식 정책’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일부 에너지 공기업에 부담을 지우려고 하는데,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기존 에너지 특별회계, 전력산업 기반기금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도 “에너지 빈곤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에너지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알맹이 없는 허울뿐인 법안이 되지 않도록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서 정부의 에너지 복지법안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 의원은 “정부 법안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에너지 복지 서비스가 효율 개선사업 등을 포괄하기보다 공급 위주의 에너지 이용권 지급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의 예산보다 에너지 사업자의 판매액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복지기여금 부과·징수에 대해 해당 에너지 공기업 측에서는 에너지복지재원을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특정 기업이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한국전력공사 박래용 홍보실장은 “그동안 한전이 기초생활수급자에 연간 260억원 정도를 지원해왔는데 여기에서 0.5%를 부담하게 되면 1,600억원을 추가 부담하는 것이며 결국 이러한 재정 부담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라며 “에너지 관련 회사들이 많은데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특정 3개 기업만 기여금을 납부토록 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며 다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신정수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은 “에너지복지법 제정의 필요성 중 하나는 안정적인 재원의 확보”라며 “그동안 재단에서 복지사업을 추진하며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재원확보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에너지복지법이 워낙 광범위하고 많은 재원 소요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이같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 지식경제부 김성진 에너지자원정책과장은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에너지 부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불가피하게 전체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일단 시작하게 된 면이 있다”며 “한번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보충해나가면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