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만 같았던 2010년의 시간들이 화살촉과 같이 획하고 지나가더니 어느 새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며 2011, 辛卯年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연말연시,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한 이에게 온정을 베풀며 마음이라도 따뜻할 수 있는 나눔과 상생(相生)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노자의 道德經 상편을 보면 ‘有無相生’이란 구절이 있다. 풀이하면 ‘있고 없음을 서로 나누면서 살아간다’는 노자사상의 하나로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서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 데만 급급한 현대인들이 되새겨 보아야할 警句라고 생각된다.
이같은 상생의 목적을 두고 최근 우리 사회에는 이를 자신의 입장에서만 주장하는 계층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상생은 생태학에서 파생된 개념인 공존(co-existence·共存)이나 공생(symbiosis·共生)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국가 간의 관계에서나 국내외 정치·경제·사회의 각 분야별 계층에서 자국과 자신의 이익을 쫓아가면서 상생을 언급하고 이를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생보다는 공생에 가까운 발상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를 살펴보면 어쩔 수 없이 상생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과 을의 관계가 상존하는 상태에서 상대적 약자인 을의 요구나 요청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가령 최근 경제계의 핫이슈의 하나인 대·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역할이 뒷받침돼야 성장할 수 있는 역학적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소기업이 공급하는 소재나 제품 등에 대한 납품단가 조정이나 발주계획 및 배분, 결제조건 등을 휘어잡고 있는 터라 기업흥망의 열쇠가 되는 셈이다.
결국 지금까지는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직관계를 유지하며 공생해 왔지만 이제는 수평선상에서 상호 이익을 존중하는 상생이 필요하다는 서로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상생은 갑과 을이 아닌 동반자적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갑·을이라는 관계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중소기업의 문제도 문제지만 거미줄처럼 연결된 기업의 거래관계에서 소기업이라 하더라도 구매자와 공급자라는 갑과 을이 나눠지는 경우가 있어 일부에선 1차, 2차, 3차 협력업체 간의 상생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나눔의 미덕이 선행되는 상생은 자신이 베풀 수 있는 자리에서 그렇지 못한 자리를 미리 돌봐 주는데서 시작돼야 한다. 따라서 떡 줄 사람은 받을 사람을 찾고 먹을 사람은 혼자서 굶주림을 해소하기 보다는 더 배고픈 사람과 나눠 먹기를 바랄 뿐이다.
이로서 콩 한쪽도 나눠먹었던 우리네 선조들의 미풍양속이 상생(相生) 캠페인을 통해 계승될 수 있기를 고대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