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U플랜트 증설와 함께 잉여가스의 대량유입 등으로 고삐가 풀린 산업용가스 유통업계가 점진적으로 弱肉强食의 다소 험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판매업계의 위기의식 팽배와 함께 생존력 강화차원에서 수직상승을 꾀하거나 지역 영업권의 확장을 위한 기존 충전업계의 변신이 주종을 이루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움직임의 가속력은 점차 빨라지고 있어 불과 10년만에 두배 이상의 증가세를 타나내고 있다.
본지가 조사한 2000년 후반 전국 산업용가스 충전소는 100여개소였지만 지금은 250개소를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판매업소가 충전소의 전환을 추진하고서도 여전히 일부는 판매업소 형태의 충전소로 운영되는 실태이긴 하지만 제조업체나 중간 딜러를 통해 원액을 공급받는 사업구조로 볼 때 충전소의 숫자는 양적으로 과잉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과정에서 이들 충전소를 통해 공급되는 가스 가격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하락되고 있다는 것은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동종업계 내부의 경쟁이 조장되고 시장의 혼탁상황은 건넛집 불 보듯 뻔하다. 이 경우 충전소의 숫적 증가는 누구에겐 得이 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인들 소속회사의 매출하락과 이익감소를 감내하고 공동이익이라는 명분하에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명분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사의 이익을 위해 경쟁이라는 명제 속에서 흙 한줌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한 땅따먹기를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과거 대비 시장상황이 변하면서 수요도 상당량 증가했지만 공급자만큼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따라서 먹이사슬의 맨 위에 있는 포식자가 숫적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먹잇감이 되는 초식동물은 별반 차이가 없는 개체수라면 힘없는 포식자는 또다른 하위 포식자를 잡아먹거나 굶을 수밖에 없다는 아주 쉬운 이론이 떠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전부터는 산업용가스업계 포식자들의 움직임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소업체들이 제아무리 시장변화에 따라 탄력 있게 사업체를 운영,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장판도가 중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이동되는 상황에서 약소업체들의 약진에는 수없는 걸림돌이 발생하고 지금의 판매업계와 같은 위기감이 뒤따를 수 있다. 이는 결국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업체에 포위당하고 제조업체와의 관계가 방어막이 아닌 굴레가 될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이들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고 갈수록 감정의 골만 깊어가고 있는 산업용가스 업계의 공존공생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며 십수년간 지켜봐온 기자로서도 방향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관련업계가 자신의 안위만 바라지 말고 시야를 넓히고 사고를 좀 더 깊게 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보다 더 정확하게 읽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