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조선·자동차·전자 등 주요 수요업체들과 제품가격을 놓고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철강, 조선업계는 조선협회 회의실에서 조선업계 구매담당 부서장들과 철강업계 후판 영업담당 부서장들이 모여 업계간 상생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가격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각 업계별로 돌아가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알리고 경청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구체적인 상생 방안은 도출하지 못한 채 원론적인 차원의 협력만을 다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의 경우 가격 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있지만 아직 각사별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국제 철강 가격이 하락세에 있는 만큼 수입산 수준만큼 낮춰 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철강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원료가격 인하폭만큼 조선사에 할인을 해주고 있어 추가 할인에 부담을 느끼며 1분기 조선용 후판 가격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이달 들어서는 포스코가 스테인리스강(STS)에 이어 열연제품에 대한 가격 할인 폭을 축소했다. 할인 폭을 축소하면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로 이어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포스코가 스테인리스 가격을 최대 톤당 15만원 인상하고 유통점에서 판매되는 열연제품에 대해 가격 할인 폭을 톤당 3~5만원 축소한다. 현대제철도 철근과 H형강에 대해 각각 톤당 3만원, 2만원을 인상키로 했다.
특히 열연제품의 경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이달 중에 공장 수리 실시를 예고하고 있어 20만톤 가량 감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는 3월 본격적인 성수기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효과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열연강판 기준 국내산은 톤당 85만원 선에 거래되며 중국산 등 수입산과 톤당 5만원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용 후판 가격 조정도 1분기 안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의 후판가격 인하 요구에 적자를 보며 장사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차례 가격인상 이후 원자재가격 변동만큼 후판 가격도 유동적으로 할인해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말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할인폭을 줄이자 철광석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인 만큼 중국·일본산 등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산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일본산 제품들이 국산보다 10~20% 이상 낮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톤당 100만대의 후판 가격을 10만원 이상 인하해 달라는 주장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2분기 후판 가격을 톤당 16만원 인상해 현재 공식적으로 111만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원료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현재 생산에 투입하는 원료는 지난해 상반기 가격이 비쌀 때 계약했던 것이기 때문에 당장 가격을 내릴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 업계 역시 철강업계와 자동차 강판 가격협상을 앞두고 가격인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